어느 날
바람에 실려
메마른 땅에 내던져진 나
싹 트이지 못하고
하염없이 기다리다
한 줄기 빗방울이 새싹으로,
기쁨도 잠시
1년 4계절 내내
기약 없는 비와
수시로
뿌리까지 뒤흔드는 세찬 바람
여름이면
뜨거운 뙤약볕과
겨울이면
살을 에는 추위에
삶을 포기하고픈 적 몇 번이었음을,
어떤 땐
나도
움직이는 생명들처럼 변할 수 있다면
내게 오는 모든 어려움
피할 수 있었을 텐데
흙을 떠나는 순간 죽음이기에
살아야 했고
살기 위해 견뎌야 했고
그리고
마침내 승리했습니다.
비록 높고 곧은 모습이 아닌
낮고 구부정하지만,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
발길을 멈추고 다가와
따뜻한 손길로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감히 말합니다.
생명이란?
그냥
살아지기 아닌
살아내기라고,
10일 북한산에서 글 사진=박시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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