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이 외유하면 부통령은 반드시 백악관을 지킨다. 국내 특정 행사장에도 대통령과 부통령이 같이 가는 경우가 없다. 국가안보 매뉴얼이 그렇다.
군 통수권 공백 논란은 5·26 회담이 극비리에 추진되면서 빚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 북측에서 회담하던 시각에 이낙연 국무총리는 유럽 순방 중이었다. 국가원수와 그 다음 권한행사자가 동시에 자리를 비운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 청와대에 태극기와 대통령기가 게양돼 있다.
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북쪽 지역인 판문점 통일각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하던 2시간 동안 군통수권 공백이 생긴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군 통수권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에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 문제 제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그렇게 간단하게 말할 문제가 아니다. 국가안보는 한 치의 물샐틈이 없는 유비무환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청와대는 3순위 권한대행자인 김동연 경제부총리에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라는 통보도 이뤄져 절차적 문제도 없다고 친절히 설명했다. 그러나 국방부 설명은 다르다. 긴급 비밀정상회담을 하느라 군통수권에 대한 비상매뉴얼을 살피지 못한 것이다.
자유한국당 소속 김학용 국회 국방위원장은 27일 오후 1시경 국방부에 문 대통령이 통일각에서 2시간가량 회담을 나눌 당시 군 통수권을 이양했는지 질의했다. 국방부는 “해외 순방 중인 이낙연 국무총리를 대신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이양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1시간 만에 “청와대가 이양을 검토했다가 짧은 시간이라 굳이 위임하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판단했다”고 정정했다.
청와대의 뼈를 깎는 자성이 필요하다. 대통령의 신변은 나라의 운명과 직결된다. 군 통수권에 대한 대책도 없이 그리 가벼이 움직여서는 안 된다. 적지에 들어가 외교전을 벌이는 것은 문자 그대로 전쟁이어서 무슨 불상사가 벌어질 지 모른다. 비상사태를 대비하고 움직이는 게 프로다. 청와대는 조속히 군통수권 행사 매뉴얼을 제대로 만들어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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