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독일과 전쟁에서 진 뒤 반독일 감정이 팽배했다. 1894년 프랑스 참모본부에 근무하던 포병대위 알프레드 드레퓌스가 구속된 건 이런 기류의 연장선상이다. 그는 독일대사관에 군사정보를 제공한 혐의를 받았지만 물증이 없는데도 종신형을 선고 받는다. 군부는 필적이 유사하고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사건의 주범으로 몰아갔다.
4년 뒤 에밀 졸라가 ‘나는 고발한다’는 글을 한 신문에 게재했다. 그는 “나의 40년간의 역작, 그 역작으로 얻은 권위와 명성을 걸고 말한다. 그가 무죄가 아니라면 내 전 작품이 소멸되어도 좋다”라고 했다. 군부가 졸라를 중상모략 혐의로 기소하고 졸라는 영국으로 망명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드레퓌스는 1년 뒤 특별사면으로 석방되고 그 7년 뒤 무죄로 확정됐다.
작가 공지영이 6·13 지방선거 1주일 전 이재명-김부선 스캔들과 관련해 주진우의 전언을 올린 뒤 파장이 커졌다. 그러자 이런 저런 사람들이 가세해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에 논리와 표현의 적절성 등에서 가장 논란을 일으킨 사람이 음식칼럼니스트 황교익이다. 그는 지난 대선 때 문재인캠프에 가담한 이래 요새 잘 팔리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다.
황교익은 작가 공지영이 거듭 “주진우가 나서 말하라”고 요구하자 “선무당 놀이 하지 말라”는 고압적 어투로 간섭에 나섰다.
그는 1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조용히 입 닫고 있는 사람에게 자꾸 뭔가를 말하라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며 “전해들은 말에는 일단 어떤 판단의 말도 하지 말아야 한다. 말이 옮겨지며 왜곡된 내용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요점은 주진우의 침묵에 대한 옹호다.
황교익은 이런 말도 했다. “난 진실의 편에 서려고 할 뿐이다. 증명된 주장만 사실로 인정받을 수 있다.”
▲ 황교익 음식칼럼니스트
프랑스 군부는 증명된 것 없이 드레퓌스를 구속했다. 드레퓌스 가족은 억울하다고 호소했지만 역시 증명하지 못했다. 황교익은 이 지점에서 선과 악을 어떻게 가릴 것인가. 권력을 지지하고 침묵할 것인가? 인간의 양심을 믿고 세상에 의혹을 제기할 것인가?
김부선 사건은 단순한 스캔들을 넘어서버렸다. 크게 보면 권력과 약자의 관계다. 권력의 갑질에 약자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건이다. 선거전의 공방에 그칠 것을 공지영이 가세해 성격규정을 그렇게 변모시켰다.
주진우가 용기있는 기자가 맞는다면 떳떳하게 햇볕아래로 걸어 나와 김부선과 통화내용이 뭔지, 누가 먼저 전화했는지, 누구 부탁을 받았는지 등에 대해 밝히는 게 순리다.
황교익은 진실의 편이라고 했는데 그의 진실은 뭔지 묻게 된다. 권력을 가진 자는 부인하지만 약자가 억울함을 주장하고 심증이 가는 대목이 많은데도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침묵하자는 건가. 그렇다면 드레퓌스 사건은 한국서도 되풀이 될 것이다. 황교익을 보니 문재인정부의 ‘사람이 우선이다’ 슬로건이 불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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