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국민투표에서 소뿔 제거론이 승리했다. 현지시간으로 25일 치른 국민투표에 상정된 '가축의 존엄성 유지'법안에 대한 잠정 개표 결과 유권자의 54.7%가 반대했다. 2년이나 이어져온 스위스 ‘소뿔 논쟁’이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현재 스위스에서 사육하는 소의 4분의 3은 뿔을 제거한 소이거나 태생적으로 뿔이 없는 소다. 소의 뿔이 자라기 시작할 때 소에게 진정제를 먹이거나 뜨겁게 달군 쇠로 뿔을 지지는 식으로 소뿔을 제거한다.
소뿔을 길러야 한다는 측은 소의 정체성과 존엄성을 강조한다. 더구나 소뿔을 없애는 과정이 잔인하고 부자연스럽다는 것이다.
반면 반대 측인 소뿔 제거론자들은 개나 고양이 중성화처럼 소에게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맞선다. 이들은 소뿔을 그대로 두면 소들끼리 싸울 때 큰 상처를 입고 사람에게도 위협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소뿔이 소에게도 그다지 이득도 없고 제거하는 데 큰 고통도 없다고 주장한다. 소에게 중요하지도 않은 소뿔을 그대로 두면 그 위험 때문에 소를 가두거나 활동을 제약해야 해 결국 소는 소뿔 때문에 더 불행해지고 ‘존엄’도 훼손된다며 소를 위해 하는 일이 소를 더 괴롭힌다고 주장한다.
소뿔 보존법안은 스위스 농부 아르맹 카폴(66)이 제안했다. 10만명 넘는 동의를 받은 ‘가축 존엄성법’에 따르면 소뿔을 제거하지 않는 농부에게 정부가 소 1마리 당 연간 190스위스프랑(21만6000원)의 보조금을 주도록 돼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해마다 3000만 스위스프랑(340억원)이 필요하다. 큰돈이어서 스위스 연방정부는 난색을 표시했다.
사진=네이버 이미지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법안을 낸 아르맹 카폴은 “소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야 한다. 소를 보면 늘 머리를 들고 자부심이 있다. 뿔을 제거하면 소들은 슬퍼할 것”이라고 했다.
스위스에선 국민 누구나 법안을 제안해 18개월 동안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
국민투표를 주도한 카폴은 농업학교 교장이기도 하다. 카폴씨는 ‘소 이해하기’란 책을 펴내 소의 존엄성을 철학적으로 주장했다.
카폴씨는 만약 소가 없었다면 알프스 들판은 마구 자란 잡초 더미로 뒤엉켜 결코 스위스의 상징이 될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런 소의 공적을 인정해 스위스 정부는 풀이 부쩍 자라는 여름에 이런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소 한 마리마다 400 스위스프랑(50만원)씩 준다. 스위스의 축산 농가는 평균 25마리의 소를 기른다. 여름철에만 풀 제거 수입만 1000만원이 넘는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스위스의 절대 수익원인 관광에 소가 기여한 대가를 인정하고 그 몫을 소에게 돌려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소뿔 옹호론이 49%, 소뿔 제거론이 46%로 오차범위 안에서 옹호론이 약간 앞섰다. 그러나 실제 투표에서는 소뿔 제거론이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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