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검찰 및 특검 수사에서 다스 실소유주가 드러났으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대 대통령으로 취임할 수 있었겠느냐.”(3월19일, 이 전 대통령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그(다스 및 도곡동 땅) 소유주가 이명박씨라고 볼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무혐의 처분했다.”(2007년 12월5일, BBK 의혹 등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꼭 11년 만에 검찰 입장이 180도 달라졌다. 최근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검찰은 ‘대통령 취임도 불가능했던 사람’이란 취지의 표현을 썼다. 의기양양한 모습이다. 그만큼 수사를 탄탄히 해 혐의 입증을 자신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계를 17대 대선 전으로 돌려보자. 당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연루된 BBK 등 의혹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증거가 없어 무혐의 처분한다’고 밝혔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검찰은 더 많이 변한 모양이다.
그 사이 뭐가 달라진 걸까. 2007년 이 전 대통령은 당선이 확실시되는 유력 대선주자, 즉 ‘떠오르는 태양’이었다. 지금은 대통령에서 물러난 지 5년이 지나 권세도, 열성 지지자도 없는 77세 노인이다. 살아 있는 권력에 약하고 죽은 권력에는 강한 검찰의 두 얼굴이 떠오르는 걸 피할 수 없다.
17대 대선이 끝나고 2008년 1월 출범한 정호영 특검의 수사결과도 ‘무혐의’였다. 당시 특검에 파견된 이들 중에 윤석열·신봉수 검사가 있었다. 윤 검사는 현재 이 전 대통령 비리 의혹 수사 등 ‘적폐청산’의 선봉장인 서울중앙지검장이다. 신 검사는 이번에 피의자 이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다.
그때는 “증거가 없어 무혐의”라고 했던 검사들이 이번엔 이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서를 무려 A4 102쪽 분량으로 만들어냈다. 구속을 왜 해야 하는지 설명한 의견서는 1000쪽이 넘는다고 한다.
10여년 전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한 검찰과 특검의 무능을 탓해야 하나. 아니면 권력의 향방에 따라 이리저리 고개 숙이는 검찰의 갈대 근성을 탓해야 하나. 이래서 국민이 검찰을 ‘개혁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배민영 사회부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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