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 정오, 한낮이다. 산에 들어서는 순간 찐한 아카시아 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무릉도원이라 했던가. 산들산들 바람이 분다. 숲이 우거진 길은 고운햇살만 살짝 들어온다.
산에 온 사람들을 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햇빛을 차단한 복장들이 많다. 비타민D 섭취를 위해 약을 먹고 주사를 맞는 현대인들이 자연이 주는 Vitamin.D원인 햇빛은 가급적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아이러니다.

산에 간다고 나오니 "이렇게 더운데 한낮에 땡볕에 산엘 가냐"고 동네분이 한 말씀 하셨다.
산이 얼마나 시원한지 통째로 보내드리고 싶다. 온갖 새들의 소리로 자연 속에서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는 기분이다. 벤치에 누워 하늘을 본다. 이런 기분이다.
무념무상의 경지에 도달한 느낌! 나의 심신이 자연 속에 동화되어 녹아드는 느낌! 세상이 평화롭다. 어수선한 속세를 떠나 사는 자연인들이 이해가 된다.
아침나절 내내 집안일로 분주한 한때를 보내고 물 한병 손에 들고 올라온 산이 나에게는 치유의 숲이다. 나른해지려는 심신을 챙겨 나오길 잘했다고 나에게 칭찬과 격려를 보냈다.
내가 누워있는 곳이 밤나무와 아카시아 나무가 많은 곳이다. 밤꽃도 피기 시작할거다. 아카시아향이 지나가면 밤꽃향이 코끝을 자극할 것이다. 꽃을 찾아다니는 꿀벌과 나비마냥 나도 향기를 찾아 산을 찾을 것이다.

이젠 일어나 내려가자. 가끔은 예측할 수 없는 앞날로 현재의 소중함을 놓치고 불안한 발걸음을 디딘다.
어떤 길을 가도 어떤 길을 걸어도 내가 가는 길이다.
내가 가는 길, 내가 가야하는 길, 내가 갈 수 밖에 없는 길, 내가 꼭 가야만 하는 길을 가는 것이다.

일요일 정각사 법회에서 정엄스님께서 말씀 하셨다. 물의 힘이 대단하다고. 수원 화성을 축조할 당시 바위나 돌을 쪼갤 때도 물의 힘을 이용하였다고. 물의 원리를 생각해 본다.
물은 거부하지 않는다. 어떤 상황도 흡수하는 능력이 있고 그 어떤 상황도 결국은 변화시키는 힘이다. 물같은 삶을 살아보자고 산에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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