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 회장은 갈 때도 소박했다. 20일 별세한 구 회장은 22일 숲에서 풀 나무 벌레 새들과 함께 영면했다. 고인은 매장 중심의 우리 장묘문화를 개선하고자 했다. 숭고한 고인의 뜻을 유족들이 받들었다. 가족장에 맞게 조촐하게 발인한 뒤 수목장으로 치렀다. 재벌총수로는 이례적이다. 구 회장은 마지막 가는 길까지 귀감이 될 만한 모범 사례를 만들었다.
22일 오전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구 회장의 발인이 엄수됐다. 유족들과 LG그룹 임원, 범 LG가 인사, 재계 인사 1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차분하게 진행됐다. 이후 가족들만 따로 장지로 이동해 비공개로 장례를 치뤘다.
▲ 22일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구본무 회장 발인식에서 가족들이 고인과 작별하고 있다.
고인의 유해는 화장한 뒤 생전 즐겨 찾았던 경기도 곤지암 화담숲 인근 지역에 봉분없이 묻혔다. 재벌 총수로는 '수목장'으로 장례를 치르게 되는 첫 번째 사례다.
수목장은 주검을 화장한 후 나온 뼛가루를 나무뿌리에 뿌리거나 별도로 단지에 담아 묻는 자연 친화적인 매장 방식이다. 수목장은 1999년 스위스에서 최초로 도입됐다.
평소 구 회장은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매장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변에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소의 소탈한 성품 때문이기도 했다. 유족들이 '비공개 가족장'으로 외부 조문과 조화도 받지 않으려 한 것은 고인의 뜻이었다. 고인은 평소 "나 때문에 번거로운 사람은 없어야 한다"며 간소한 장례를 주문했다.
▲ 구본무 회장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만인에게 귀감을 보여 옷깃을 여미게 했다.구본무 회장이 영면하는 화담숲.
화담숲은 생전에 숲과 새를 좋아했던 구 회장이 직접 조성한 생태수목원이자 그룹 경영 구상 차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즐겨 찾던 곳이다. 숲 이름에 쓰인 '화담(和談)'은 구 회장의 아호로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다'라는 뜻이다.
상주인 구광모 상무는 부친상을 치른 뒤 현직인 LG전자 B2B사업본부 ID사업부로 복귀할 예정이다. 그는 다음달 29일 열릴 ㈜LG의 임시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되는 것을 계기로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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