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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을 추진 중인 과천 주공 5단지. 사진=이슈게이트


재건축 조합이 대의원 회의의 표결 투표지를 정보공개하는 일이 일어났다. 

비밀투표로 진행된 대의원의 표결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헌법정신과 충돌소지가 크다.


더구나 정보공개를 받은 조합원이 대의원의 투표 내용을 파악한 뒤 종전과 다른 투표를 한 대의원에게 전화를 하고 이에 해당 대의원이 조합 측에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조합 측이 해당조합원에 대해 “정보공개법 위반 등으로 형사처벌 받을 수 있다”고 공지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사건은 최근 시공사 선정 입찰 현장설명회를 여는 등 시공사 선정 작업에 들어간 과천 주공 5단지재건축 조합(유혁근 조합장)에서 벌어졌다. 




Δ5단지 조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나 


과천5단지재건축조합은 국민주택비율 6대4 의무적용을 할 것인가, 예외적용을 할 것인가를 두고 조합원이 찬반으로 나눠져 있었다.

 지난 3월24일 4차 대의원회의 안건으로 ➀국민주택 이하 60% 적용(의무규정 적용) ➁ 국민주택 이하 60% 미적용(예외규정 적용)을 표결처리했다. 

상당수 대의원들은 밀봉한 서면결의서를 보냈다. 

결과는 어느 안도 과반수가 나오지 않아 부결처리됐다.


한 달 뒤 4월22일 5차 대의원회의에 같은 안건이 올라왔고 표결 결과 ➀이 과반수를 충족시켜 가결됐다.

4차 대의원회의에서 ➁번을 찍거나 기권표를 던진 대의원들이 5차 대의원회의에서 ➀에 찬성표를 던진 결과로 분석됐다. 


그러자 국민주택 예외적용을 주장하는 대의원 K씨가 7월9일 ‘제4차 및 제5차 대의원회 투표지 정보공개’를 신청했다. 

K씨가 밝힌 정보공개 목적은 “주택규모비율 2안을 선택한 대의원 명단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 측은 서면결의서 및 투표용지를 복사해서 해당 대의원에게 전달했다. 


2번안을 지지하던 조합원들은 1번안이 조합 측 입장이라고 규탄하던 상황이었다. 

결국 투표용지 전달로 4차 대의원회의 표결에서 2번을 찍거나 기권표를 던진 대의원 중에 5차 회의 표결에서 1번안으로 마음을 바꾼 대의원이 누구인지 공개된 것이다. 




Δ투표내용 공개 파장


투표내용 비밀이 보장돼야할 대의원 투표 내용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어났다. 

4차 대의원회의에서 2번을 찍거나 기권표를 던졌다가 5차 대의원회의에서 1번으로 마음을 바꾼 대의원이 ‘표적’이 된 것이다. 


이와 관련, 14일 조합 측은 대의원 단톡 방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공지사항을 띄웠다.


“K 대의원이 정보공개신청 목적을 위배해, 본인 또는 타인을 통하여 제5차 대의원회에서 제1안 찬성으로 서면결의서를 제출한 대의원들에게 전화를 함으로서, 전화를 받은 대의원의 많은 항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 “조합에서는 자문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K 대의원에게 정보공개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배로 형사처벌 받을 수 있음을 알리고,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유 조합장은 정보공개 자료를 확보한 뒤 제 3자가 대의원들에게 전화를 한 데 대해 문제를 삼고 있다.

그는 “무엇보다 서면결의서에 누가 어디에 투표했는지 의사표시 정보를 제 3자에게 알려줘, 제 3자가 해당 대의원에게 전화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보 공개 항목을 공개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공개를 했지만 공개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제 3자에게 유출하면 안 된다고 했으나 유출을 했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해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조합장은 “전화를 받은 대의원 여러 명이 ‘몇 번을 왜 찍었냐고 전화해서 왜 묻냐’ 라고 불쾌감을 표했다”고 전했다.




Δ비밀투표 공개는 반헌법적 


서면결의서는 조합원이 총회나 대의원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서도 서면으로 출석과 의결을 하는 의사결정방법이다. 

도정법에 따르면 조합의 총회, 이사회, 대의원회 의사록은 정보공개 대상이다. 

서면 결의서 또한 의사록 관련 자료에 포함된다고 보고 있어 공개대상이다. 


하지만 개인정보 보호, 사생활 보장 및 비밀투표의 원칙과 관련하여 투표자의 이름을 공개하는 것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대의원회 표결은 당초 비밀투표로 진행됐다. 

거수로 하는 공개투표가 아니었다. 서면결의서 봉투도 밀봉한 채 보냈고, 대의원회의 현장에서 참관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개봉했으며, 현장에서 수많은 눈이 검표까지 한 비밀투표였다.


헌법에도 보장돼 있는 비밀투표의 원칙을 훼손하면서 대의원회의 표결 내용에 대해서까지 정보공개에 응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로 인해 향후 5단지재건축 조합에서 무수히 많은 투표행위를 해야 하는데 정보공개에 대한 두려움으로 대의원이나 조합원의 투표행위가 위축되고 왜곡될 수 있다. .


한 대의원은 “비밀투표의 원칙에 따라 투표한 결과를 당사자의 동의도 없이 공개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서면결의서를 제출한 명단을 요구하면 제공할 수는 있지만 누가 어떻게 투표했는지는 비밀이 보장돼야 하지 않느냐”고 어처구니없어 했다. 




Δ조합은 왜 비밀투표 내용 공개했나


유혁근 조합장은 “조합은 정비업체 직원과 변호사 자문을 거쳐 공개했다”면서 “누가 뭘 투표했는지에 대해 공개하는 것에 논란이 있는데 공개 안 해서 형사처벌 받은 건이 있다고 해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유 조합장이 형사처벌 사례로 든 재판은 서울서부지법 2017년 재판이다.

당시 서울서부지법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조합원 2명이 2016년12월 서대문구 G빌딩 조합사무실에서 10월30일 총회 서면결의서 명단과 봉투에 대해 주민등록만 제외한 정보를 공개해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조합이 그 공개를 거부하는 방법으로 조합원의 열람 및 복사 요청에 따르지 않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조합장과 관리이사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유 조합장은 재판부가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데 대해 “조합원 요구대로 하지 않고 이름을 지워 줬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름을 지운 채 자료를 준 것은 사실이다. 

판결문을 보면 조합은 “비밀투표의 원칙에 위배한다”며 서면결의서 이름을 지우고, 봉투의 개인식별 번호를 삭제한 채 복사해 전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유 조합장의 주장과 다른 얘기를 한다.

재판부는 조합이 서면결의서 이름을 지우고 봉투의 개인식별 번호를 삭제한 데 대해 양형한 것이 아니라, 조합이 6백여명의 서면결의서와 봉투에 대한 복사를 재차 하지 않았는데도 복사비를 요구하는 등 열람 및 복사 요청에 충실히 응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도 높게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양형의 이유’에서 ▲도정법위반행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고 ▲서면결의서가 그대로 공개될 경우 개인정보보호, 사생활보호, 비밀투표의 원칙과 충돌할 우려 등을 감안, “임원자격을 박탈할 정도로 범행이 중하지 않는 점을 참작해 형을 정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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