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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보수당은 위기에서 39세 리더를 내세웠다 - 보수주의는 소나무처럼 항상 잎을 바꿔야 한다
  • 기사등록 2018-06-17 20:03:20
  • 기사수정 2018-06-21 11:4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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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ㆍ13 지방선거에서 한국의 보수는 몰락했다. 2016 총선, 지난해 19대 대통령 선거에 이어 연전연패다. 궤멸된 자유한국당과 지리멸렬한 바른미래당이 참고할 만한 정당은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정당으로 꼽히는 영국 보수당이다. ‘토리(Tory)’라는 이름의 정파에서 출발한 보수당은 현재 영국의 집권당이다.


▲ 영국 국회의사당


보수당은 시대를 번갈아 가며 집권해왔다. 선거에서 대패한 보수당이 정권을 다시 획득하는 과정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보수당은 1975년 이례적으로 여성정치인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를 당수로 선출했다. 대처는 당내 의원들의 나이에 비해 젊은 50세였다. 그는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따라 영국 사회를 개혁해야 한다는 신념이 확고했다. 대처 총리는 1979년 총선에서 승리한 뒤 노동개혁에 성공하며 3기에 걸쳐 11년간 집권했다.
연전연패 하던 노동당이 새 젊은 지도자를 배출하면서 보수당에 위기가 왔다. 노동당은 대처의 장기 집권 동안 극좌의 행보를 보이다 1994년 41세 토니 블레어를 당대표로 뽑았다. 블레어는 ‘제3의 길'을 천명했다. 당 강령에서 사회주의나 국유화 같은 내용을 없애고 ‘대처리즘’을 수용했다. 반대만 일삼던 진보가 노동시장 유연화, 국가경쟁력 제고, 복지 축소 등에 팔을 걷자 1997년 국민은 노동당에 승리의 깃발을 안겼다. 보수당은 하원 총 659석 중 165석을 얻는데 그쳤다. 1832년 이래 최악의 참패였다.


▲ 보수주의자의 신조를 발표한 하워드 보수당 전 대표.


블레어의 ‘신노동당'에 일격을 당한 보수당은 장기간의 변신을 시작했다. 보수주의 철학을 재정립하는 일에 주력했다. 노동당에 계속 패하던 2004년 마이클 하워드 당시 대표는 신문광고를 통해 16개 항목이 담긴 ‘보수주의자의 신조'(What Michael Howard believes)를 알렸다.
▶자신과 가족의 건강과 부, 행복을 추구하는 게 인간의 본성이라고 나는 믿는다 ▶국민은 커야 하고 정부는 작아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누군가 부자여서 다른 사람이 가난해졌다고 나는 믿지 않는다 등이다. 쉬운 언어로 보수의 가치를 알린 이 글은 지금까지도 보수의 정체성을 잘 담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어 새 피를 수혈할 통로를 바꿨다. 참신한 리더를 선출하기 위해 당수 선출 방법을 혁신했다. 의원들이 선출하던 방식을 당원들까지 참여하도록 개방했다. 그래서 나온 당대표가 2005년 당시 39세 데이비드 캐머런이었다. 의원들은 캐머런을 지지하지 않았다. 하지만 블레어에 대적할 적임자를 물색하던 당원들은 투표에서 압도적으로 캐머런을 지지했다. 세상의 흐름에 의원들은 이렇게 둔감하다.


▲ 캐머런 전 총리. 39세에 보수당 대표가 됐다.


이렇게 선출된 캐머런은 반대당의 정책까지 받아들이는 유연함을 선보였다. ‘진보적 보수주의'‘따뜻한 보수주의'를 지향했다. 대처의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바탕에 깔면서도 분배를 중시하고 환경 문제를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며 약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다.
캐머런은 2010년 13년 만에 정권을 되찾아왔다. 자유민주당과 연정을 통해서였고, 2015년 총선에서 보수당 단독정부를 일궈냈다.

이처럼 정권교체에 성공한 영국의 정당지도자들은 기회주의자,배신자 소리를 들을 정도로 변화하는 사회에 끊임없이 맞춰 변신해왔다.

영국 ‘보수의 아버지’ 에드먼드 버크는 "소나무가 늘 푸른 것은 끊임없이 잎을 바꾸기 때문"이라며 "보수도 끊임없이 변해야 한다. 시대에 따라서 항상 다시 해석하고 가치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궤멸된 한국의 야당에겐 천금같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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