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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이 국회 국방위원장을 하면서 12.12사태 때 반란군의 총탄에 맞아 숨진 김오랑 중령 추모비를 세우고 훈장을 수여토록 했다. 대구 매일신문 서울주재 기자는 김오랑과 유승민의 인연을 소개하면서 김오랑 중령도 반란군에 맞서자 한 동안 배신자로 불렸다는 은유로 칼럼을 마무리했다. 

배신자 딱지가 남아 있는 유승민에 대한 재조명이다.


그러자 유승민 저격수로 불리는 대구시장 홍준표가 발끈했다. 

그가 14일 페이스북에 “유력언론답지 않다. 유감스럽다”라고 한마디 하자 이 칼럼은 포털사이트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참군인 김오랑기념사업회가 2015년 국회의원 유승민에게 전달한 감사패.  유승민페이스북 





고(故) 김오랑 중령을 아십니까? 베트남전에 참전한 용감하고 충성스러운 군인이었지만 한동안 우리 현대사에서 입에 올리면 안 되는 인물이었다.

김 중령은 지난 1979년 12월 12일 반란군이 정병주 특수전사령관을 체포하고자 사령관실에 들이닥쳤을 때 권총 한 자루로 맞서다 현장에서 사살됐다.

'하나회'가 주름잡았던 당시 군내 권력지형을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좌고우면 않고 직속상관을 지키는 참군인의 모습으로 산화했다.

하지만 대가는 혹독했다. 경남 김해 출신으로 육군사관학교(25기)를 졸업한 후 군에서 승승장구하던 아들의 갑작스런 비보를 들은 아버지는 술로 세월을 보내다 유명을 달리했고 충격으로 시력을 완전히 잃은 부인은 남편의 신원(伸冤)을 위해 백방으로 뛰다 낙상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특히 명예로 죽고 살아야 할 우리 국군은 이 후 이 의로운 죽음에 대해 쉬쉬하는 회한의 시간을 갖게 된다.

다행히 역사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의 길을 걸어 김 중령은 1990년 중령(사건 당시 소령)으로 추서되었고 대법원은 1997년 12·12 사건을 군사반란으로 규정했다.

늦었지만 김 중령은 2014년 1월 보국훈장 삼일장을 수훈(受勳)했고 지난 9월에는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김 중령의 사망 구분을 '순직'에서 '전사'로 재심사할 것을 국방부 장관에게 요청했다.

김 중령에 대해 각별한 애틋함을 보여 온 지역 정치인이 있다. 1979년 당시 '현장'인 33경비단에서 일반병으로 근무했던 유승민 전 국회의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유 전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장 재직 시절인 지난 2013년 김 중령에게 훈장을 추서하고 김 중령의 모교인 육군사관학교에 추모비 건립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유 전 의원은 이듬해 특전사 연병장에서 김 중령에 대한 훈장 전수식이 열리던 즈음 '김오랑 기념사업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유 전 의원은 지난 2017년 제19대 대통령선거 출마 당시 이 감사패를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애장품으로 소개했고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대선 경선기간 중 고향에 마련된 김오랑 중령 추모비를 참배하기도 했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신 이후 조용한 나날을 보 온 유 전 의원이 최근 뉴스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여당의 차기 당권주자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은 흘러 유 전 의원을 찍어 낸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탄핵됐고 새 정부의 국정지지도는 지지부진하다.

'개혁 보수'를 표방해 온 유 전 의원이 다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건 현재 보수진영에 문제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대구경북 시도민들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해 8월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TK가 어떻게 윤석열 후보한테 꽂혀서 저러는지 이해가 안 된다. 윤 후보는 보수우파 진영을 궤멸시킨 사람"이라고 비판한 현직 대통령에게 75.14%(대구)와 72.76%(경북)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겨냥한 적폐 수사 과정에서 1천여 명을 수사하고 200여 명을 구속했을 뿐 아니라 얼마나 포악하게 수사했으면 5명이 자살한 과정'을 이끈 사람까지 품고 정권교체를 이룬 것이다.

1979년 12.12 쿠테타 당시 반란군 진영 일부에서도 김오랑 중령을 '배신자'라고 불렀다고 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4일 페이스북에 “오늘 대구 어느 유력 일간지에 김오랑 중령과 유승민 관련 칼럼을 보면서 참 뜬금없는 비유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김오랑 중령은 주군을 지키려다가 죽음에 이른 의로운 군인이었는데 유승민은 민주당과 합작하여 주군을 대통령자리에서 끌어 내리는 역할을 주도한 장본인 아닌가“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2011년 당대회 연설 때 어떤 위기가 오더라도 박근혜 전 대표를 끝까지 지키겠다고 맹세 했던 사람이 유승민 전의원이 아니었던가.그런 사람이 탄핵 때는 돌변했다”라고 거듭 비판했다.


홍준표와 유승민의 악연은 2011년 지점에서 시작된 측면이 있다. 

7월 전당대회에서 홍준표가 1위를 해 당대표가 되고 유승민이 2위를 차지, 당지도부를 구성했다. 그런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논란으로 시장 직을 사퇴한 뒤 10월에 치른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가 당선되면서 최고위원 유승민, 남경필이 “책임을 지겠다”고 동반 사퇴하면서 사태가 커졌다.

총선을 몇 달 앞두고 버티던 홍준표도 지도부가 붕괴되자 어쩔 수 없이 대표직을 내놓아야 했다. 

이어 박근혜 비대위가 출범했다. 홍준표는 이 때 유승민에게 한 방 먹은 셈이었다.


홍준표는 페북 글에서 “ 그게 어떻게 김오랑 중령과 부합하는지 어처구니 없기도 하고 또 대선경선 때 내가 한 말을 차용해서 지금의 윤대통령을 비난하는 것도 납득이 안 간다. 내가 한말은 팩트이기는 하지만”이라고 반발했다.


매일신문 기자는 홍준표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에 대해 ‘보수우파 진영을 궤멸시킨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적시했다.

 

홍준표는 기자의 지적에 대해 “그것은 정권교체라는 절대 명제 아래 부득이한 선택이었지 않은가. 그것까지 감안해서 TK는 윤대통령을 압도적으로 지지한 것이 아니었던가”라고 주장하고 “그 기자가 무슨 연유로 유승민 전의원을 미화 하는 지는 나로선 알 수도 없고 또 나무랄 수도 없지만, 적어도 유력언론에 실리는 기자칼럼이라면 최소한의 비유는 적절해야 국민적 공감대를 가질수 있는거 아닌가”라고 했다.

그는 “뜬금없는 기자칼럼을 본 유감스러운 아침이다”라는 말로 맺었다.




최근 대구시장인 홍준표가 현역 의원도 아닌 유승민을 저격하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유승민이 여론조사에서 당대표 유력후보군에 오르고 TK에서도 지지도가 상승하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는 최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배신 경력 있는 사람은 가라. 이미지 정치인은 더 이상 나오지 마라. 소신 없는 수양버들은 가라”라며 유 전 의원 등의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설에 대해 불편함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수양버들로 비유된 정치인은 나경원 전 의원이다. 

그도 홍준표와 악연이 있다. 2011년 당지도부 선발 전당대회 때 홍준표는 나경원을 향해 ‘스타일리스트’라고 비난했지만 나경원은 너끈히 당선됐고, 이후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과 정면승부를 벌인 강단 있는 여전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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