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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장의 운칠복삼과 정권 코드 맞추기 - 빽기자의 세상만사 (54) 이철성 경찰청장의 퇴임을 맞아
  • 기사등록 2018-06-26 12:37:10
  • 기사수정 2018-06-28 15: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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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성 경찰청장이 36년의 경찰생활을 끝낸다. 30일이 정년 퇴임일이다. 경찰청장으로서 그의 생명력은 질겼다. 두 정권에서 경찰청장이었다. 그것도 보수우파에서 진보좌파로 넘어간 정권에서 살아남았다. 경찰 역사에서 이채롭다.


▲ 두 정권을 거치면서 장수한 이철성 경찰청장.


그는 운칠복삼(運七福三)의 경찰이다. 이 청장이 2016년 7월 말 경찰청장으로 오르는 데에는 천운이 도왔다. 당초 그는 2016년 6월말쯤 퇴직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수백억원 대 땅거래 의혹 보도로 ‘우병우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경쟁자가 낙마하고 그에게 기회가 왔다.
이철성의 결정적 약점은 젊은 경찰 시절의 음주운전 사고였다. 사고를 낸 것도 모자라 축소은폐 의혹까지 불거졌다. 법치정신과 도덕성에서 수범이어야 할 경찰청장의 부적격 사유가 분명했다.
박근혜 청와대는 정국안정을 위해 고육지책으로 이철성 카드를 밀어붙였다. 언론에서도 문제제기를 하고 경찰내부에서도 불신의 소리가 나와도 막무가내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인지 이철성은 경찰청장에 임명되고도 오랜 시간 로키를 유지했다. 청장으로서 주도적인 발언권이 거의 없었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논란을 딛고 자리를 굳힌 것은 탄핵정국이 시작되면서다. 대대적인 촛불시위가 시작되면서 입지가 강화됐다. 정권이 위태로워졌는데 경찰청장의 입지가 커졌다니 참으로 아이러니다. 그의 판단에 따라 촛불시위의 성패가 달려 있었다. 그는 정무감각을 최대한 발휘했다. 자신을 임명한 박근혜 정부의 위기가 눈앞에 왔는데도 촛불시위를 엄격하게 막지 않았다. 그로 인해 촛불시위는 비폭력평화시위로 세계적 찬사를 받았고 박근혜정권의 내리막길은 더욱 가팔라졌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캠프의 검경 출신 측근들로부터 결정적 신뢰를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 덕이 크다. 정권이 바뀌면서 4대 권력기관으로 불리는 검찰, 경찰, 국정원, 국세청 등 사정당국 수장이 다 교체됐다. 그만 유일하게 전 정권 출신 인사 중에 살아남았다.


▲ 2016년 말에 열린 광화문 촛불시위. 이철청 경찰청장은 촛불시위를 온건하게 관리하는 데 주력했다.


이철성은 정권이 교체된 뒤 완벽하게 새 정부의 기조에 맞췄다. 경찰의 무게 중심을 인권경찰에 두고 집회 시위에서 살수차 및 강제해산을 자제했다.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을 비롯해 용산 화재 참사, 평택 쌍용차 파업 등에 대한 진상조사도 지시했다. 박종철 열사가 고문을 받다 사망한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찾아가 추모하고 백남기 농민 유족에게 거듭 사과했다.
개인 이철성은 성공했는지 모르겠다. 경찰청장으로 정년을 다했으니. 경찰청장으로서는 평가가 박하다. 경찰청장이 정권 코드 맞추기로 살아남은 게 자랑이 아니다. 우파에서 좌파로 넘어간 정권이다. 정직한 경찰청장이라면 정권이 교체된 뒤 표표히 자리를 떠났어야 했다. 후배 경찰을 위해서도 바람직했다.
어쨌든 이 청장은 임기를 온전히 채우고 물러나는 세 번째 경찰청장으로 기록된다. 정년 나이 제한에 걸려 임기를 두 달 남기고 물러나게 됐지만 경찰 안팎에선 실질적으로 임기를 다 채운 것으로 평가된다.
이 청장은 1982년 순경으로 입직했다가 1989년 간부후보생 37기로 재임용되면서 경찰에 두 번 '입문'했다. 청와대 101경비단에서 경사로 근무하던 중 간부후보생 시험에 응시해 합격한 것으로 알려진다. 순경으로 시작해 치안총감까지 전 계급의 요직을 거친 유일한 경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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