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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대선에서 재선돼 최장 30년이라는 장기집권의 길을 연 독재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64) 대통령이 벼랑에 섰다. 저조한 경제실정과 미국과 대립정책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 미국인 목사 구금을 이유로 터키산 철강·알루미늄에 2배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터키 리라화 가치는 10일 동안 달러 대비 20% 넘게 추락했다.
터키 화폐 가치가 폭락, 2001년 이래 최악의 경제 위기에 직면하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접근 방식이 한계를 노출하고 성공 가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터키의 경제적 문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자초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터키 경제위기는 표면적으로는 앤드류 브런슨(Andrew Brunson)이라는 미국인 목사 석방을 둘러싸고 도널드 트럼프와 에르도안 사이에 벌어진 대립관계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이면에는 21세기에 술탄이 되려는 에르도안의 장기집권욕에서 빚어졌다. 에르도안이 당을 탄압하고, 경제를 대통령 일가가 장악하고, 대형건설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터키 국가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시장경제는 왜곡되었다.
뉴욕타임스는 기사에서 “에르도안은 지난 6월 선거에서 술탄과 같은 권력을 가지고 재집권하기 앞서 운하를 비롯해 대형 프로젝트로 경제 발전을 지속시킴으로써 인기를 유지해왔지만, 정실주의와 부패가 만연해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7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공화국 수립 이래 유지된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중심제, 특히 대통령의 권한이 유독 강력한 정부 형태를 가리키는 ‘제왕적 대통령제’로 전환, ‘21세기 술탄’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취임사에서 말로는 “국민의 종이 되겠다”고 했지만 정작, 정치 신예인 사위 베라트 알바이라크(40)를 경제 정책의 사령탑인 재무장관 자리에 앉히는가 하면 중앙은행에 대한 통제권을 수년 내에 행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최근 터키 금융위기가 1998년 아시아를 덮쳤던 외환위기와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21세기 술탄'으로 불리며 강력한 독재 정권을 수립한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체제하에서는 위기탈출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도 분석했다.
13일 크루그먼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터키 금융위기는 1998년 인도네시아, 태국, 아르헨티나에서 발생했던 위기를 재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터키의 위기는 무지한 독재자가 (국가를) 운영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준다"며 "에르도안 대통령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전혀 모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터키 경제 위기는 막대한 외화 부채에 기대 부풀려진 버블이 터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외국 대출기관이 한 국가를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식하면, 엄청난 해외자본이 수년간에 걸쳐 유입된다"면서 "그러면 국가의 부채는 자국 화폐가 아닌 외국 화폐로 표시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이유로든 해외 대출이 중단되는 일이 발생하면 그동안 쌓아온 외화부채가 경제를 죽음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고 들어간다"고 말했다.

월드뱅크에 따르면 1997년 인도네시아의 외화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의 65% 수준이었으나 화폐가치가 폭락하기 시작하자 1998년 168%까지 치솟았다. 태국 역시 1996년 GDP 대비 외화부채는 55%정도였으나 1998년엔 96%까지 치솟았다.

크루그먼 교수는 터키의 현 상황이 아시아 금융위기가 발발하기 전인 1997년 상황과 비슷하다고 봤다. 터키의 외화부채는 총 4600억달러로 GDP의 55%에 해당한다. 하지만 리라화가 사상 최저치 수준으로 계속해서 하락하면서 외화부채 비율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대립은 에르도안의 독재권력 강화 과정이 낳은 산물이다. 2016년 7월 터키에서 쿠데타 미수 사건이 일어났다. 터키 정부는 에게해 연안에서 20년 가까이 교회를 운영해온 미국인 앤드루 크레이그 브랜슨 목사가 쿠데타에 관련됐다고 보고 2016년 10월부터 그를 감금하고 있다. 미국은 터키 측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하고, 지난 1일 인권 침해를 이유로 터키 각료 2명에 대해 경제 제재를 부과했다.


터키 통화위기는 지난 6월 대선에서 에르도안이 대통령으로 재선되면서 시작되었다. 에르도안은 경제를 수술하기보다는 대중에게 인기 있는 포퓰리즘적 정책을 취했다. 그는 보스포러스 해협 다리건설, 터널공사등을 추진하면서 과도하게 외채를 들여오고 통화를 남발했다. 그 결과는 두 자리 숫자의 인플레이션과 외채누적이었다.

에르도안은 지난 6월 재선에 성공한 이후 쿠데타 이후 선포한 국가비상사태를 연장하고, 국민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을 법제화했다. 이 법에 따르면 사법당국은 범죄사실 소명 없이도 테러 용의자를 나흘간 구금할 수 있다. 특수한 상황에서 구금 기간이 연장될 수 있어 구체적인 근거 없이도 장기간 인신 구속을 할 수 있다. 일몰 후 옥외 집회도 제한된다.
언론인에겐 터키는 대형 감옥이다. 지나 6월 기준으로 언론인이 120명 이상 투옥되고, 폐간된 언론사도 180곳이 넘었다. 에르도안이 대통령 취임 전날인 7월 8일 무더기 해고와 폐간을 단행, 해고·직위해제 인원은 약 18만명으로, 폐쇄 언론사는 200곳으로 각각 늘었다.
많은 경제학자는 쌓여가는 외채와 경상수지적자로 인해 기존의 정책이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이미 경기 침체 상태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는 인플레이션을 가속화, 국민의 경제 사정도 어렵게 하고 있다.
이스탄불 소재 '글로벌 소스 파트너스'의 컨설턴트인 아틸라 예실라다는 최소 5%포인트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필요하고 "미국과 손을 잡는 것이 절대적인 최소치"라며 다른 선택방안은 없다고 NYT에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12일 "우리는 비열한 정치적 음모에 직면했고, 알라의 뜻으로 극복할 것"이라고 말하고 다음날에도 "전략적 동반자의 등에 칼을 꽂았다"고 미국을 맹비난하는 쪽으로 맞서고 있다.

에르도안은 2003년에 터키 총리에 올라 11년간 총리직을 수행한데 이어, 2014년에 대통령에 당선돼, 지금까지 15년간 집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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