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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기자의 세상만사› (98) 페널티킥 실축 손흥민과 최경주
  • 기사등록 2018-10-13 16:59:39
  • 기사수정 2018-10-13 17: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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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든 스포츠든 멘털이 승부를 좌우한다. 불안감과 걱정 기대감 등에 좌우되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이 있어야 슈퍼스타가 된다. 긴장을 많이 하면 템포가 빨라지고 실수를 하게 된다. 흥분하게 되면 말속도가 빨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토론프로그램에 나가는 사람들은 상대방이 자신을 격동시킨다고 판단되면 목소리를 일부러 깔고 말의 속도를 늦춘다.


골프에서 1미터 안팎의 퍼팅은 평소에는 쉽다. 그러나 운명이 걸린 퍼팅이라면 달라진다. 최경주 골퍼는 미국 PGA를 개척한 한국골퍼의 선구자다. 그가 퀄리파잉스쿨에서 마지막 관문을 넘을 때 남은 거리가 1미터 남짓한 퍼팅이었다. 성공하면 출전권을 얻고 실패하면 한국행 비행기를 타야 한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손이 벌벌 떨렸다. 불안감을 이기지 못하자 퍼팅 그립을 풀고 돌아서서 애국가 첫 절을 불렀다고 한다. 마음이 차분해지자 그 때 퍼팅을 해 성공시켰다.

축구에서 페널티킥은 퍼팅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골키퍼의 불안감도 크다. 하지만 공을 막는 골키퍼는 막으면 성공이고 못 막아도 실패가 아니다. 반면 공을 차는 키커는 골대를 맞히거나 골대 밖으로 차버리거나 골키퍼 앞으로 공을 보내면 그런 낭패도 없다. 경기에서 팀이 지거나 하면 패전의 책임을 다 짊어져야 한다.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면 악순환이다. 긴장하게 되고 템포가 빨라지고 실수를 한다. 

 

실패없이 성공은 없다. 손흥민은 실축을 쓴 약으로 생각해야 한다.사진=손흥민 페이스북

 


한국 축구의 희망 손흥민이 거듭 실수를 했다. 페널티킥을 또 실축한 것이다. 손흥민은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서 페널티킥을 성공하지 못했다. 후반 20분 황의조가 얻어낸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 왼쪽으로 강하게 찼지만, 페르난도 무슬레라의 선방에 막혔다. 다행히 문전으로 흐른 공을 쇄도하던 황의조가 침착하게 차 넣어 골로 연결됐다. 

지난달 코스타리카전에도 실축이 있었다. 당시에도 손흥민은 남태희가 얻어낸 페널티킥의 키커로 나섰지만 강하게 찬 슈팅이 골대에 맞아 튕겼다. 다만 이재성이 흘러나온 공을 마무리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두 번 연속 페널티킥을 놓쳤다. 손흥민의 심경이 복잡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는 2대 1로 우루과이전을 끝낸 뒤 “내가 잘 못 찼다. 골키퍼가 막기 좋은 코스로 찼던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어 “계속 생각하면, 이런 얘기를 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짜증이 난다”면서 “다행히 지난번엔 재성이가, 이번엔 의조가 넣어줘서 구사일생했는데 사실 자존심이 많이 상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면서 “나보다 더 잘 차는 선수가 있으니까, 이제는 안 차려고 한다. 조금 짜증이 났던 경기였다”고 씁쓸해 했다.  


손흥민은 기죽을 필요 없다. 최경주를 보더라도 공을 차기 전에 가슴이 쿵쾅쿵쾅 뛰는 것은 다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슈퍼스타가 되는 것이니까 실패를 쓴 약으로 삼아야 한다. 


역시 멘털이다.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으려면 지레 포기하지 말고 마음의 근육을 키워야 한다. 방법은 자신에게 맞는 것을 나름대로 찾으면 된다. 투수로 세계적인 기록을 세운 박찬호처럼 명상을 하든지, 50센티미터 퍼팅을 실패해 수년 간 좌절을 겪은 골퍼 김인경이 기타와 음악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은 것처럼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 

최경주 같은 베테랑도 대선수가 되기 전에는 손이 벌벌 떨렸다고 하는데 뭐가 걱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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