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빽기자의 세상만사 (2) -노선영의 손가락 - 손가락만 쳐다보지 말고 본질을 봐야 - 승리지상주의가 담합 왕따의 핵심 - 문제투성이 한국 스포츠계 혁신해야
  • 기사등록 2018-03-15 17:49:00
  • 기사수정 2018-04-08 19:52:14
기사수정

빙상계의 왕따 논란은 후지다.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눠 지지고 볶느라 상처만 키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팀추월 경기에서 ‘왕따 스케이팅’ 논란의 중심에 섰던 노선영. 스피드스케이팅만 잘 타면 인생이 순조로울 것으로 여긴 한국의 아름다운 청년이다.

노선영은 하고 싶은 말을 조리 있게 할 줄 안다. 8일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 나와 “(빙상연맹이) 아무래도 메달을 딸 수 있는, 메달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 신경 쓰고 집중한다”면서 “저는 메달권이 아니었기 때문에 (연맹 배려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여자 팀추월은 (빙상연맹이) 버리는 경기였다”고 했다.

이 정도 말은 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구를 비난하는 것도 아니다. 이성으로 수용되는 사회가 건강하다.

우리 사회는 아직 빈정거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빙상연맹이 복지단체는 아니지 않느냐” “동호회도 아닌 올림픽에서 실력 부족한 선수를 밀어줘야 하나” “메달도 못 땄으면서 말은 잘 한다”고 비난했다.

가해자이면서 피해자가 된 김보름. 세상 높은 줄 몰라야 할 20대 청춘이다. 그런데 은메달을 하나 목에 걸었는데도 죄인의 모습으로 무릎을 꿇었다. 이제 정신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청와대 청원에 국민 60만명이 떼로 달려들어 "우리의 원쑤!" 라고 외치는데 이길 장사가 있나. 청와대는 수수방관하고. 거긴 양식 있는 어른들이 사는 곳이 아닌 모양이다. 한국적 현실이 참담하지 않은가.

유시민씨가 이 논란에 한마디 거들었으나 별로 진지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 유 작가는 1일 방송된 JTBC '썰전'에서 "매스스타트에서 정재원이 페이스메이커를 해 이승훈이 금메달을 딴 게 아름다운 광경이냐. 매스스타트는 엄연히 개인 경기다"라고 했다.


유 작가가 팔방미인이지만 올림픽금메달리스트인 이승훈만큼 스포츠맨의 애환을 잘 알지는 못한다. 이승훈은 "유럽 선수들은 유럽 연합으로 팀을 이뤄 경기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잘 모르는 소리 하지 말라는 거다.

오직 얼음판에서 청춘을 다 바친 이승훈의 열정과 헌신을 먼저 봐야 한다. 병풍노릇이나 해야할 어른이 청춘의 고통을 깎아내릴 수 있을까.

노선영이 가리킨 것은 왕따가 아니다. 한국 스포츠의 낡아빠진 엘리트 체육시스템을 가리키는데 손가락만 쳐다보고 있다.
병든 것은 돈과 명예를 독식하는 한국 스포츠 시스템이다. H대냐, K대냐며 출신대학별로 편을 갈라 키워주고 밀어주는 게 현주소다.


빙상판의 구시대적 혼란상에도 평창올림픽은 성공했다. 선수들은 승리든 패배든 최선을 다한 결과를 당당하게 받아들일 줄 알았다. 응원하는 청춘들도 세계인으로서 의젓했다. 우리 사회는 이렇게 많이 바뀌었다. 스포츠계가 이에 발맞춰 변화한다고 누가 손해 보겠는가.


한국 스포츠계의 승리지상주의 물부터 빼야 한다. 그건 썩어 냄새나는 물이다. 고칠 때가 됐다. 선수들의 땀을 메달로, 그것도 색깔로 평가하면 그건 차별이다. 공정하지 않다.


올림픽에서 국가 간 순위가 뭐 그리 중요하나. 출정식에서 몇 위에 들겠다고 목표를 세우는 것부터 틀려먹었다. 다른 나라에서는 메달합산으로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우리는 금메달 위주로 순위를 매긴다.

메달에 대한 연금제도도 유럽의 선진국처럼 전면 수술해야 한다. 명예가 중요하지 돈으로 메달을 사는 시대가 아니다. 우리도 생활스포츠를 활성화시키자. 그래서 스포츠맨십을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전반으로 퍼뜨리자.


김홍수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이 “여자 팀추월 경기 팀워크 논란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서겠다”고 한 것은 양식이 있는 언행이 아니다. 달을 봐야지 손가락만 쳐다봐서야 아무 것도 혁신할 수 없다.


▲ 얼음판에서 청춘을 다 바친 이승훈. 우리는 그의 열정과 헌신을 먼저 봐야 한다.




<저작권자 이슈게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issuegate.com/news/view.php?idx=245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Warning: include_once(../news/side_banner_menu.php): failed to open stream: No such file or directory in /home/issuegate.com/www/skin/news/basic/view.skin.php on line 394 Warning: include_once(): Failed opening '../news/side_banner_menu.php' for inclusion (include_path='.:/usr/share/pear:/usr/share/php') in /home/issuegate.com/www/skin/news/basic/view.skin.php on line 394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