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푸른 하늘 밝은 달 아래 곰곰히 앉아서 생각하니/ 세상만사가 춘풍 중에 또 다시 꿈 같도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담소화락에 엄벙 덤벙 주색잡기에 침몰하니/ 세상만사를 잊었으면 희망이 족할까"

지난 12일 방송된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 7회에서 기부금 팀미션 참가한 '패밀리가 떴다'의 희망가 무대가 놀라운 반향을 일으켰다.
16일 오후 네이버 TV캐스트에 오른 영상은 95만회의 조회수와 6000개가 넘는 댓글이 붙었다.
지난주에 초등학교를 졸업한 13세 정동원과 24세 이찬원, 29세 김호중, 43세 고재근은 '청춘'을 주제로 '백세 인생', '청춘', '고장난 벽시계', '젊은 그대', '다 함께 차차차' 등을 불렀다.
청년에서 노년까지 사람의 일생을 노래해 청중을 감동시켜 최고 점수인 976점을 받아 1등에 올랐다. 흥겨운 춤과 함께 독창과 합창을 연속해 부르는 초반에는 청중이 자리에서 일어나 열광하며 떼창을 했다. 마지막에 느릿한 어조로 희망가를 부르자 청중은 눈물을 닦아내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유튜브에는 희망가를 부르는 영상만 수백 개가 되고 그중 인기 있는 조회수는 56만회를 돌파했다.
청중을 웃기다가 울게 한 희망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1923년 무렵 3·1 만세 운동의 물결이 지나간 후에 대중은 허탈감과 좌절감에 빠져 있었다. 그때 작곡가도 작사가도 알 수 없는 희망가가 애조 띤 어조로 대중에게 불려졌다.
신구문화사에서 펴낸 한국 현대사 제6권 '신문화 100년'에 실려 있는 '대중의 감상 따라' 에서 필자인 김용구는 "이 노래는 1910년 일본에서 크게 유행했던 '새하얀 후지산기슭' 이라는 노래로 사고로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한 어린 학생들을 위로하는 애도가였다" 고 밝혔다.
1929년 이상준이 펴낸 '신유행 창가집' 에는 '청년경계가'로 소개되어 있으며 일반에게는 '탕자자탄가', '탕자경계가', '실망가' 로 불렸다고 한다.
나라를 잃고 암울한 현실에 처해 있는 민족의 비애 속으로 이 노래가 퍼지면서 희망가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 노래의 가사를 자세히 음미해 보면 나라를 잃은 국민에게 나라를 찾기 위해 분발을 촉구하는 것이 아니라 꿈같은 절망의 세상을 받아들이고 체념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식민지 지배하에 온갖 고통을 당하고 있는 슬픔을 노래했으나 미래를 위한 적극적인 의지를 담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일제의 침략이 장기화 되면서 대중의 슬픔을 노래하는 희망가는 통제를 받고 친일과 군국주의 가요를 부르게 했다. 희망가는 일제의 탄압과 억압이 가해질 때는 대중 속에서 숨을 죽이고 생명을 유지하며 지내 왔다. 그러나 우리 민족이 압박과 설움 속에서 해방되어 광복을 맞이할 때는 희망가도 풀려났다.

이 같은 우리 민족과 함께 영욕과 애환을 겪으며 지내온 희망가가 고도로 발달된 정보통신이 제공하는 무대 위에 올라 대중이 눈물을 흘리게 하고 있다.
TV조선 미스터트롯 가요 무대에서 13살의 정동원(사진) 천재 가수가 열창한 희망가는 압박과 설음 속에서 작곡가도 작사가도 몰랐던 노래, 소리 내어 부르다가 일본 순사에게 잡혀갔던 노래, 미래의 꿈도 희망도 없었던 절망과 한탄의 노래, 침략자들이 탄식의 노래도 금지해 가슴에 숨겨서 부르던 노래였다.
그 노래가 방송 무대에 오르고 전파를 타고 포털사이트와 SNS를 통해 소년부터 노인까지 국민에게로 퍼지면서 역사 속에 묻어 두었던 민족의 한을 자극했다.
가사에 나오는 '이 풍진 세상'은 그때가 아닌 지금이며 '너의 희망'은 그 때의 희망이 아닌 지금 나의 희망이 되어 더욱 슬픔은 절실해 진다.
희망가 가사와 같이 모든 것은 꿈이라고 생각하고 사는 것이 편하게 사는 인생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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