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고양이 눈’ 감옥서 고문한 해스펠, 여성으로 첫 CIA 국장 올라
  • 기사등록 2018-05-18 13:05:10
  • 기사수정 2018-05-19 09:01:09
기사수정


‘고양이 눈’ 지나 해스펠(61)이 여성으로 첫 CIA 국장에 올랐다. 전임자였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해스펠 신임 국장은 인준 과정에서 과거 물고문 전력이 알려져 논란에 휩싸였다. CIA가 해외비밀공작을 수행하던 2013년 총책임자였던 해스펠이 태국에서 ‘고양이 눈’이라는 암호명을 가진 비밀감옥을 운영했을 때 물고문 등 가혹하고 잔인한 심문기법을 지휘했다는 내용이었다.


▲ 화장기 없는 얼굴과 수수한 옷차림으로 청문회에 나서 진솔하고 정확하고 분명하게 답한 지나 해스펠 미 CIA국장


 베트남전 당시 포로가 물고문을 받은 경험이 있는 미국의 정계 거물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미국인에 의한 고문 사용 감독에 있어 해스펠의 역할은 충격적”이라며 “그는 고문의 부도덕성 인정을 거부한 만큼 (CIA 국장) 자격이 없다”고 인준 반대 입장을 공개 표명했다.
해스펠은 논란이 확산되자 상원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마크 워너(버지니아) 의원에게 “(9ㆍ11 이후의) 가혹한 구금과 심문 프로그램은 시행되지 않았어야 했다”는 내용이 담긴 반성문 취지의 서한을 보내 의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CIA의 남녀 직원들이 이례적으로 나서서 '비난받던 우리 조직에 희망을 보여달라'고 언론에 호소했다. 리언 패네타 등 전직 수장들도 인맥을 총동원해 민주당 의원들을 설득했다.

 상원 정보위는 찬성 10, 반대 5로 해스펠 내정자 인준을 가결했다. 미 상원은 17일 해스펠 CIA 국장 내정자에 대한 인준안을 가결했다. 인준 투표 결과는 찬성 54표, 반대 45표로 나왔다. 투병 중인 매케인 의원은 인준 투표에 출석하지 않았다.


▶오로지 전문성과 애국심, 진솔함으로 여야 의원들을 설득했다


지난 3월 지명 때까지만 해도 '물고문'과 '피투성이 지나(Bloody Gina)'란 별명 말고는 알려진 게 거의 없던 해스펠은 지난 9일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처음 대중 앞에 섰다. 33년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진솔하게 자신에 대해 직무에 대해 국가관에 대해 담담하게 말했다.
수수한 옷차림에 화장조차 거의 하지 않은 그는 "늘 음지에서 일하며 행적은 모두 국가 기밀로 분류된 삶이었지만, 그걸 빼곤 매우 평범한, 켄터키주 중산층 군인 가정 출신의 미국인"으로 자기소개를 했다.
1987년 첫 임지인 에티오피아를 시작으로 중동·유럽·아프리카의 험지만 골라 다니며 스파이 활동을 한 이야기, 모처럼 미국 본부에서 대테러 지휘 업무를 맡아 출근한 첫날이 바로 2001년 9월 11일(뉴욕 무역센터 테러일)이었다는 일화를 담담히 이어갔다. 그는 "그날 이후 나와 동료들은 결혼은 물론 임신 계획까지 미루고 국가를 위한 일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날 선 공세를 예고했던 민주당 의원들이 자세를 고쳐 앉았다.


▲ 지나 해스펠 신임 CIA 국장.


 물고문 전력을 압도한 건 해스펠의 전문성, 조직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었다. 33년간 CIA요원으로 현장에서 뛴 그는 2시간 반 청문회 동안 어떤 질문에도 자료를 들추거나 직원들에게 물어보지 않고 답변을 이어갔다. 어떤 질문에도 망설임도, 정치적 고려도 없었다.

 '최대의 안보 위협'으로 러시아와 중국, 이란을 꼽았다. 특히 북한을 겨냥해 "미 본토를 핵으로 위협하는 '깡패 국가'를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게 최대 당면 과제"라고 했다. 그의 인준을 반대한 뉴욕타임스조차 "러시아의 미국 선거 개입이 논란이 되는 이때, 해스펠만큼 러시아어에 능통하고 러시아를 잘 다루는 사람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러시아의 영국 이중간첩 독살 모의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60여명의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하는 결정을 내린 데도 해스펠이 입김이 컸다고 한다.
해스펠은 최대 쟁점인 물고문에 대해선 "(부시 정부) 당시엔 법률 위반 사항이 아니었다"면서도 "국장이 된다면 현행법(2005년 발효된 고문 금지법)에 어긋나는 억류·고문은 절대 실시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이 도덕적으로 세계의 모범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신의 신념에 반하는 일을 지시하면 어떻게 하겠는가'란 질문엔 "내 도덕적 좌표를 따르겠다"고 답했다.
해스펠은 육사 진학을 꿈꾸었으나 70년대 당시 여자 입학생을 받지 않아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세에 결혼해 도서관 사서로 일하다 9년 뒤 이혼하고 CIA에 들어왔다. 이후 독신으로 지냈으며 자녀도 없다. 그는 '최초의 여성 국장'이란 상징성에 대해선 "나는 그런 걸 떠벌리는 사람은 아니지만 모르는 척하는 것도 직무 유기가 될 것이다. (나의 인준은) 소외돼온 CIA의 여성 요원들에게 큰 이정표이자 지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이슈게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issuegate.com/news/view.php?idx=934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Warning: include_once(../news/side_banner_menu.php): failed to open stream: No such file or directory in /home/issuegate.com/www/skin/news/basic/view.skin.php on line 394 Warning: include_once(): Failed opening '../news/side_banner_menu.php' for inclusion (include_path='.:/usr/share/pear:/usr/share/php') in /home/issuegate.com/www/skin/news/basic/view.skin.php on line 394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