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평화상의 무용론이 이어지고 있다. 역대 정치인의 수상자 가운데 수상 전후의 반인권적 행적과 합당하지 못한 업적 등으로 정당성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 1991년 수상자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자문역(73)이 최근 자국 내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대상으로 자행된 ‘인종청소’에 책임이 있다는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로 인해 노벨평화상의 한계점이 드러나고 위상이 크게 손상됐다. 노벨 평화상 박탈 논란까지 이어졌다. 이에 라르스 헤이켄스텐 노벨재단 사무총장은 지난 2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노벨상을 받은 뒤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은 예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고 문제점을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상을 박탈하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라고 선을 그었다.
노벨 평화상 무용론은 아웅산 수지가 처음은 아니다. 진영에 따라 정치인에 대한 평가가 크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1973년 수상자인 헨리 키신저 당시 미국 국무장관은 이해 1월 북베트남과 평화협정을 맺은 공로로 북베트남 지도자였던 레둑토와 노벨 평화상을 공동으로 수상했다. 하지만 키신저는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겨냥한 폭격의 사실상 ‘설계자’였다는 점 때문에 ‘전범이 평화상을 수상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레둑토는 공동 수상을 거부했고 수상자를 선정하는 노르웨이노벨위원회 위원 중 두 명은 사표를 냈다. 수상자가 평화를 이룬 ‘방법론’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던 대표적인 경우다. 더구나 역사적으로 베트남 평화협정이 북베트남에 의한 베트남 무력통일 과정을 불러와 피의 복수전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정당성이 많이 떨어졌다.
중동평화협상 당사자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1994년 ‘오슬로협정’을 체결한 이스라엘의 이츠하크 라빈 총리, 시몬 페레스 외교장관과 함께 야세르 아라파트 당시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이 평화상을 공동수상했다.
아라파트는 팔레스타인의 자치권을 위해 싸운 인물이긴 하다. 온건파이기도 하고 그러나 폭력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려 한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당시에도 노르웨이노벨위원회 위원 중 한 명이 아라파트의 수상에 반대하며 사표를 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수상은 세계적으로 많은 논란을 빚었다. 그는 2009년 취임 9개월 만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비록 ‘핵 없는 세상’이란 비전을 세상에 던진 게 의미가 있지만 그 전과 그 후에 중요한 업적을 기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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