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머니는 단아한 분이셨다. 동백기름으로 머리카락 한 올 흘러내리지 않게 빗어 넘기신 쪽진 머리에 항상 한복을 입으셨다. 집안 크고 작은 일들을 처리하시며, 대종가 종부로서의 삶, 내조자로서, 어머니로서, 어느 하나 소홀함이 없었다.

하나밖에 없는 딸에 대한 교육은 부드러우면서도 강하셨다. 남존여비사상, 남아선호사상에 대한 가혹한 희생과 헌신의 삶을 사신 어머니는 나의 삶에 많은 지침을 주셨다. 특히 여자팔자는 뒤웅박 팔자라 담는 그릇에 따라 팔자가 달라진다고 하시면서 예쁜 그릇에 담으면 예쁜 모양으로, 네모난 그릇에 담으면 네모나게 담는 그릇에 따라 모양이 달라진다면서 이게 여자 팔자라고 하셨다.
“너는 남에 의해서가 아니라 너 스스로 너의 운명을 만들어가라” 고 하셨다. 나의 자존감과 나의 정체성, 나의 자아형성, 나의 정신 구석구석 어머님의 가르침이 스며있다. 여자들도 배워야 한다고 배워서 지혜롭게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셨다. ‘공부하라’는 말씀 대신 머리 속에 넣어가라고 하셨다. 머리 속에 넣으면 남이 훔쳐 갈 수도 없고 쓰면 쓸수록 불어난다고도 하셨다. 정말 지혜롭고 현명하신 분이셨다.
한때 나는 이런 나의 굴레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했다. ‘착하다’ 는 것도 싫어하는 단어 중에 하나였다. 그런데 어머니의 가르침은 이런 나의 자아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내 나이 27살에 64년의 삶을 마감하신 어머님. 조약돌 같이 살라하신 당부 말씀에 욕되게 살지는 않았는지 나를 돌아본다.
누구에게나 어머님의 품은 포근하고 그립다. 해마다 오는 어버이 날 살아생전 다하지 못한 효를 지금 이렇게 그리움으로 대신하는 불효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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