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악다구니와 쌍소리, 욕지거리로 날이 지고 샌다. 몇 년째 난리치고 있다. 남의 고통을 이해하는 능력이 없어진 세상이랄까….전통적 가치를 되돌아봐야 합니다. 전통과 보수 안에도 미래를 열어젖히는 힘이 있습니다."
김훈작가. 사진=경북도청
소설가 김훈(71)이 진단한 오늘 한국의 사회다. 경북도청이 지난 1일 안동 하회마을에서 연 `백두대간 인문 캠프` 특강에서 한 말이다.
김 작가는 전통문화를 풀이하다가 "이 마을이 수백 년 쌓아온 덕성과 가치를 오늘의 한국 사회가 상실해가고 있다"면서 현실비판을 가했다.
"지난해 여름, 그 더운 날에 정치인의 점에 대한 공방으로 수개월을 허비했다. 생각 없이 말을 내뱉는 어수선하고 천박한 세상이다. 세상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왜 떠들었는지조차 알 수가 없게 됐다."
" 우리 사회의 모두가 혓바닥을 너무 빨리 놀린다. 다들 혀를 놀리는데, 그 혀가 생각을 경유해 나오지 않았고 혀가 날뛰도록 두는 사회로 전락했으니…. 네가 나한테 침을 뱉으면 나는 가래침을 뱉는 세상, 이런 나라가 또 있을 수 있을까 싶다."
그는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세태에 대해 일침을 놓았다. 인간에 대한 경외심과 연민, 다른 이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능력이 부족한 세태를 꼬집으면서 유림들의 태도를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애 선생은 몇 달 동안 고요히 앉아 사유하고 글을 썼습니다. 새가 알을 품듯 오래 기다리고 조용히 기다렸지요 또 제자가 질문하면 몇날며칠 고민한 뒤 답을 주곤 했습니다. 우리는 그런 태도를 완전히 상실했습니다. 그저 뜨고 싶어 하는 이들이 넘치는 천박한 세상이 된 겁니다."
김훈은 해법으로는 “답이 없다”며 오래 고민한 뒤 “일상생활을 바르게 유지하는 게 하나의 답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말을 바르게 하고 잘 듣고 신중히 사유하는 기본을 지키는 것에 대해 말하고 싶어 했다. 그러면서 인간이 추구해야 할 목표는 친절이라며, 친절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죽은 뒤 친절한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글 잘 쓰는 건 필요 없고, 상냥하고 친절한 사람으로 기억해줬으면 합니다. 인간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목표는 친절입니다."
이날 특강 주제는 `비스듬히 외면한 존재의 품격`이었다.
김훈은 "집과 집 사이의 길들은 물이 흘러가듯 굽이친다. 길이 달려들지 않고 옆으로 돌아가는 구조다. 존재와 존재가 맞닥뜨리지 않고, 아름다운 거리를 유지하며 서로 비스듬히 응시하는 관계다. 저들은 간격 위에서 평화를 이룩한다" 고 했다.
그는 "하회마을은 양반과 상인, 유교와 무속, 선비와 하인이 뒤섞여 600여 년을 공존해왔다. 이런 전통적 덕목이 근대와 잘 접목되지 않아 우리 사회에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고 했다.
안동은 2001년작 산문집 `자전거 기행`에 등장한다. `하회의 집들은 서로 정면으로 마주보지도 않고 서로 등을 돌리고 있지도 않다. 하회의 집들은 서로 어슷어슷하게 좌향을 양보하면서, 모두 자연 경관을 향하여 집의 전면을 활짝 개방하고 있다.`
백두대간 인문 캠프는 시인과 소설가 등 인문학 명사를 초청해 명사와 동행하며 1박 2일을 지내는 인문기행 프로그램이다. 김훈 작가에 이어 안도현 시인(7월 6일·예천 용궁역), 정호승 시인(9월 28일·예천 금당실마을), 이원복 만화가(10월 12일·하회마을)의 특강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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