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제주 강정 ‘해군기지 반대 시위 관련자 사면복권 적극 검토’ 발언에 대해 ‘사법농단’ ‘사법부 무력화’ 비난이 쏟아졌다. 12일 법무부 국감장에서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질의 시작 전 의사진행발언에서 “어제 대통령께서 강정마을에서 어처구니없는 말씀을 하셨다”며 “대통령이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역사 퇴행적 생각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강정마을 사건은 아직 재판도 끝나지 않았다”며 “이게 사법부 무력화이고 사법 농단이다”라고 주장했다.
한국당 이은재 의원은 “재판받는 시위자를 사면하겠다는 것은 법무부 국감을 마비시키고 방해하는 것으로밖에는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11일 제주해군기지 국제관함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11일 제주 해군 국제관함식에 참석한 뒤 강정마을을 찾아 "제주기지 건설이 국가안보를 위한 일이라 해도 절차적 정당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지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어 “이제 강정마을의 치유와 화해가 필요하다”며 "사면 복권은 관련 재판이 모두 확정되는대로 적극 검토하겠다"고 사면복권을 언급했다.
사면 대상에 전문시위꾼들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 해군기지 입지 결정 이후 반대 시위를 했던 강정마을 주민과 외부 단체 인사 가운데 611명이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고 이 중 460여명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재판이 진행중인 사람도 아직 110명이나 된다. 이 중 강정마을 사람은 얼마 안 되고 상당부분이 전국적으로 시위를 전문으로 하러 다니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는 불법 시위로 14개월 지연됐다. 이로써 발생한 손해는 273억원으로 추산됐는데 박근혜 정부는 이 돈 가운데 34억원을 불법 시위를 벌인 사람들로부터 받아내겠다는 구상권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 취임 직후 관련 소송을 철회했다.
구상금 청구 철회 결정으로 혜택을 보게 된 개인 116명 중 마을 주민은 31명이었다. 또 혜택을 보는 단체 5곳 가운데 현지 주민 단체는 '강정마을회' 한 곳이었다. 나머지는 안보 관련 국책 사업이 진행되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반대 활동을 하는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등 '외부 단체'들이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노무현 정부 후반부인 2007년 5월 결정됐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된 의사결정 과정에 문 대통령이 핵심적 위치에 있었던 셈이다.
국책사업에 대한 정당성을 대통령이 사과하는 것은 국가의 존재와 관련된 문제다. 강정마을 주민들이 대통령의 사과를 빌미로 제주해군기지 철수를 요구하면 어쩔 것인가. 더구나 자신의 이념과 생각을 관철하기 위해 격렬하게 반대해 국가적 사업을 지체시킨 시위자들에게 법원판결도 나오기 전에 사면의 혜택을 준다고 언급하는 것은 국가행정의 무력화와 법치를 파괴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대법원이 빠르게 절차를 진행해주면 종료가 되는 때에 맞춰 사면 복권이 이뤄질 것"이라고 한술 더 떴다. 빨리 재판을 끝내라고 사법부를 압박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러면 민주주의의 근간인 3권분립은 무너진다. 명분이 무엇이든 폭력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법이 무력해지면 그 사회가 건강할 수 없다. 하물며 정부가 그들을 옹호하고 재판을 이리 무력화시켜서야 악순환이 이뤄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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