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철도연결 등 대북 경제협력에 대해 미국이 구체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가운데 남북이 군사합의에 따라 11월1일부터 군사분계선(MDL)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반대목소리를 전하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은 18일(현지시간) 남북이 군사합의서에서 군사분계선(MDL)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기로 한 것에 미국정부가 반대한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평양공동선언에서 나온 군사합의는 올해 남북이 체결한 협정 가운데 가장 견고한 합의”라며 “그러나 미국의 관리들은 남북군사합의가 방위준비태세를 무력화하고 비핵화에 실질적 진보를 불러오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주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전화통화에서 전방에서 공습훈련을 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외교부 내부 문건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로이터통신은 “이는 동맹 간에 보기 힘든 불협화음”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서울의 관리를 인용해 “미국이 공개적으로 남북 간 계획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할 것 같지는 않다”며 “그러나 제재 집행과 군사력 사용 등에 관한 깊은 관여로 정책을 연기하거나 바꿀 것”이라고 지적했다.
9월19일 평양에서 송영무 국방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이 남북군사합의서에 서명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남북군사합의에 따르면 11월부터 전투기 등 군용기는 서부지역은 군사분계선으로부터 20km까지, 동부지역은 40km까지 비행할 수 없다.
한미 공군은 북한 탱크와 장갑차를 파괴하는 훈련을 해왔는데, 훈련 구역은 군사분계선 27~54km였다.
미국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18일 “미국 정부가 남북 간에 비행금지구역 설정하기로 한 데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미 정부 관리는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 시행하는 것에 우려를 드러냈다.
미국은 MDL 주변에서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되면 공군의 정찰 등 정보수집이 제한되고, 공중 훈련에 지장을 받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 기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장사정포의 도발 징후를 포착하기 어렵다고 강조하고 있다.
외신들은 또한 미국정부가 최근 한국정부에 대북 경협 사업 목록과 구체적인 시간표를 제시하고 해당사업들이 유엔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음을 한국이 직접 보증할 것을 요청했다고 18일 보도했다.
또한 미국은 한국이 제재 위반이 아니라고 보증한 사업에서 추후 제재 위반 문제가 한 건이라도 드러날 경우 리스트에 포함된 모든 남북 경협 프로젝트를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이 동맹인 한국의 체면은 살려주는 대신 남북경협을 위한 실질적인 자본과 물자 이동을 막아 대북 제재의 틀을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문재인 정부가 남북 철도 연결 등 남북 경협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자 과속 가능성에 견제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태열 주(駐)유엔 대사도 지난 16일 뉴욕 유엔 대표부 국정감사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과 관련해 사업이 본격 진행되면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조 대사는 '유엔 안보리나 미국의 대북제재를 어기지 않고 남북 경제협력 사업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불가능하다”며 "남북 협력사업이 본격화되려면 제재의 선을 넘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견제에도 철도 연결을 추진하는 것은 일단 착수한 뒤 문제가 생기면 우회로를 뚫으면 된다는 입장이다. 지난 8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설 때도 그랬다. 당시 발전기용 경유 공급 등이 대북 제재 위반 논란에 휘말렸고, 결국 남측에서 전기를 직접 끌어다 쓰는 방향으로 제재를 우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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